[메이즈러너/토마스X민호] 연성주제 : 잘 기억해둬, 마지막이니까 / 중독
*원작/영화파괴주의=제멋대로해석
*노잼노감동노맥락주의
*그냥 다 주의. 조심하세요.
그것은 아주 사소한 시작이었다.
‘톰!’ 복도를 걷던 그는 천장에 닿았다 울리는 제 이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누구인지 몰라 확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곧잘 트리사의 목소리는 위키드 안 그 누구의 것보다도 선명하게 들렸다. 게다가 자신을 ‘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 곳에서는 그녀 뿐이었다. ‘트리사.’ 토마스는 걸음을 멈추고 제게로 달려오는 트리사를 기다렸다. 흰 가운을 걸친 트리사는 사뿐거리는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햇빛을 보지 못해 하얀 얼굴 위로 간만에 홍조가 돌고 있었다. 뛰어온 탓이었을까, 혹은 이 지루한 연구소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겼기 때문일까. 반원을 그리며 휘어진 입술에 그것이 감히 후자임을 짐작한 토마스는 짐짓 모른 척 놀란 눈을 했다. 무슨 일이야?
“토마스, 들어봐. 새로운 아이가 들어왔어.”
“새로운 아이? 미로 테스트를 말하는 거야?”
트리사의 유난한 반응에 잠시 들떴던 마음이 순식간에 식어내렸다. 아마 약 1년 전 부터였을 것이다. 위키드는 오래전부터 계획하던 실험의 실행을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몇 일 간격일 때도, 몇 달 간격일 때도 있었고, 한명이었을 때도, 세명 혹은 네명 정도가 한꺼번에 들어올 때도 있었다. 토마스는 아이들을 뽑는 기준이나 절차따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들 모두가 위키드에 ‘실험체’로 들어오기 전 어떤 처치를 받는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대체적으로 처음 도착한 아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몰랐고, 외부에서의 기억은 아주 서서히 돌아왔다. 아마 어떤 약물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토마스로서는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지만, 여하튼 중요한 사실은 그랬다. 처음 들어온 아이들은 아직 모종의 ‘처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주 재미가 없었다. 아이들은 거의 2주가량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이상상태를 겪었다. 이번에도 뻔했다. 새로 들어온 아이는 제가 아무리 말을 걸어보아도 대답한마디 하지 않은 채 허공만을 보고 있을 터였다. 그런 아이들을 1년 가량 겪고나자, 매 번 새 실험체들이 들어올 때 마다 호기심 어린 눈을 하던 토마스나 트리사도 어느순간 그들에 대해 시들해졌다. 아무리 똑똑해 보았자 그도 트리사도 겨우 십대였다. 어린 아이들은 똑같은 것에는 쉽게 질리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라.”
“뭐가 다르다는 거야? 어차피 우리와 놀지도 못할 텐데.”
토마스의 밋밋한 반응에 트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정말 다르다니까. 기다란 속눈썹 아래서 까만 동공이 반들거리며 빛났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동양인이야.”
“뭐?”
“한국인이래. 피부색이 신기해. 머리가 정말 칠흑처럼 새까매. 우리랑 나이도 비슷하다던데 몸집도 되게 작아.”
트리사의 말에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토마스는 입맛을 다셨다. 그도 동양인은 별로 본 적이 없었다. 연구소에 늘 머물러있는 소수의 연구원들은 모두 백인이었고, 아주 간혹 외부에서 드나드는 연구원이 다른 인종인 경우는 있었지만 동양인은 그리 흔치 않았다. 실제로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자’ 트리사가 토마스에게 손을 뻗었다. 토마스는 괜히 뜸을 들이다가 그 가느다란 손을 마주 잡았다. 트리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개구지게 웃었다. 하여튼 조신한 여자애와는 거리가 먼 애였다.
“아직 이름도 안 지어줬대. 정신이 들면 우리가 제일 먼저 지어주자.”
트리사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고 , 토마스는 이끌려 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돌이켜 보건대, 나는 그때 네게 향하지 말았어야 했다.
중독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가벼운 호기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가벼운 처신과 스스로에 대한 오만, 경신. 나는 무엇을 믿고 그날의 너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민호.
너를 이리 보내야 할 줄을 알았음에도 너와 마주한 순간 나는 네게 중독되었다. 멍청한 짓이었다. 나는 네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여겨질 줄 알았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잘못이다. 가엾은 민호. 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저 나에게 사랑받았을 뿐이다. 나의 전부가 되었다는 것. 그것이 너의 죄였다. 그게 다다.
*
까만 눈동자를 느리게 깜박이는 모양은 꼭 우주를 닮아있다. 민호의 앞에 앉아있던 토마스는 그 색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토미. 벌써 두 시간째야. 어차피 한동안 걔는 아무런 반응도 못한다고. 알잖아. 트리사의 목소리에도 토마스는 왠지 이 신비한 동양인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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