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러너 전력60분]감기

w.뷸(@maze_BU)



돌아와야 할 때가 지났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뉴트는 척의 혼잣말을 듣지 못한 척 시선을 돌려 비에 젖은 글레이드를 바라보았다. 하늘이 깜깜했다. 낮부터 급격히 꾸물꾸물 몰려들기 시작한 먹구름은 금방 물러날 모양은 아니었다. 일을 하던 아이들은 모두 헐레벌떡 지붕 아래로 숨어들어 젖은 옷자락을 털어 내고는 모닥불의 붉은 열기 근처로 몰려들었다. 모여든 소년들은 말을 아꼈다. 밖을 힐끗거리는 시선들이 한정된 공간속을 하염없이 맴돌았다. 주위는 적막했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낮은 속삭임만이 드문드문 근처를 떠돌았다. 쏴아아. 쏟아지는 빗소리는 침묵마저 집어 삼킬 것 같았다. 귓바퀴를 두드리다 슬며시 스며든다. 적막은 늘 무겁게 소년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랐다. 비오는 날에는 유난히 돌아오지 못하는 러너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명, 그리고 곧 두 명, 세 명, 네 명….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으나, 3년의 시간동안 종종 있어오던 일이었다. 비에 젖어 체온이 떨어지면 그와 함께 체력 또한 급격히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종종은 부상을 당해 제 때 나오지 못하는 러너들도 있었다. 그 때문에 소년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러너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쉽사리 즐거워하지 않았다. 그것은 암묵적인 룰이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기도. 희망을 찾기 위해 떠난 이들은 때로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러너의 수가 하나하나 줄어갈 때 마다 소년들은 부서진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때로 절망의 모습을 띄기도 했다. 비는 절망을 불러온다. 희망의 죽음이다.

 

“지금 아직 돌아오지 않은 러너가 누구지?”


다른 숙소들을 둘러보고 돌아온 알비가 역시나 모닥불 근처로 다가가며 물었다. 뉴트가 대답했다. ‘…민호랑 벤.’ ‘…….’ 알비는 말없이 뉴트의 어깨를 짚었다. ‘…돌아오겠지. 늘 그랬듯이.’ 뉴트는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았다. 알비는 고개를 들어 뉴트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쯤부터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미로의 입구를 응시했다. 거대한 벽은 항상 말없이 그 곳에 있었다. 글레이드 안의 소년들에게 침묵은 지긋지긋 한 것이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까.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누가 왜 자신들을 이곳에 가두어 놓았는지, 자신들은 왜 희망을 찾아 이리도 필사적으로 달려야만 하는지. 출구도 없는 미로, 정체불명의 괴물에 대해서. 대답 없는 질문들이 너무도 많았다. 글레이더들은 마치 그에 대한 반발이라도 하듯 평소에는 더욱 활기차게 지냈다. 비가 오는 날만이 예외였다. 알비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곧 문이 닫힐 시간인데.’ 그는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뉴트는 그 말을 듣고도 그저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마음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이, 뉴트!’ 급작스럽게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뉴트를 따라잡지 못한 알비가 당황스러운 어조로 이름을 외쳤다. 불린 이름은 의미없이 허공에 사그라들었다. 얇은 민소매 차림 그대로 빗속으로 걸어 나가는 뉴트의 젖은 어깨를 말없이 보던 알비는 갤리에게 다른 아이들을 잘 지키고 있으라는 말을 남긴 뒤 뉴트에게로 향했다. 그 때, 거의 미로의 입구에 다다른 뉴트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알비는 어두운 시야 사이로 미로의 입구에 서 있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짐승이 울부짖듯 그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로의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신이시여. 탄식한 알비가 질척이는 땅을 박차고 달렸다. 비는 여전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멀찍이 희미하게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민호가 아파. 저 똘추가 감기 걸린 몸으로 미로에 들어갔다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민호를 업고 미로를 달린 탓에 벤은 온 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중간에 몇 번 넘어지기까지 한 듯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알비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늘어져있는 벤의 어깨를 두드렸다. ‘뉴트. 민호는 어때.’ 알비의 물음에 민호를 살피던 뉴트는 고개를 저었다. ‘이마가 불덩이야.’ 뉴트는 이를 악물었다. 누운 민호의 뺨과 감은 눈꺼풀 위로 끊임없이 빗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흡사 물에 빠졌다가 방금 건져진 모양새였다. 민호의 이마를 짚는 뉴트의 손이 떨렸다. 시퍼렇게 질린 입술과 차가운 몸 때문에 그는 마치 시체같이 느껴졌다. 민호. 뉴트는 무릎위로 올려놓은 민호의 얼굴을 천천히 더듬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었다. 그나마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호흡이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뉴트는 고개를 내려 민호의 입술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었다. 숨소리. 네 숨소리. 아직 살아 있는거지. 안도와 걱정이 교차하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죽지 마. 뉴트가 중얼거렸다. 죽으면 용서 안 해.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알비가 다가와 민호를 부축해 등 뒤로 업었다. 뉴트는 지금 내리는 이 비가 절망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했다.




' > -메이즈러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트민호 : Liebestraume +BGM  (0) 2014.12.31
토민호 : 쓰다만거 +비공개  (0) 2014.12.30
토민호 : 눈 +전력60분  (0) 2014.12.30
토민호 : Say you love me(1)(2) +BGM +리맨AU  (0) 2014.12.30
뉴트민호 : Dawn  (0) 2014.12.30
Posted in : 글/-메이즈러너 at 2014. 12. 30. 01:28
Currently comments want to say something now?